항암제 치료는 수술, 방사선 치료와 함께 암치료의 대표적 치료 방식입니다. 과거 1세대 화학 항암제부터 표적 항암제, 면역 항암제로 발전해 왔으며 최근 4세대 대사 항암제의 개발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항암제 치료의 종류 및 효과와 최신 동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항암제 치료
항암제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하는 약물입니다. 치료 목적에 따라 수술 전 항암치료,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한 보조항암치료,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4기)에서 적용하는 완화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항암 방사선 치료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또한, 항암제의 종류에 따라서 크게 1세대부터 4세대까지 나뉘며, 발전된 최신 약물들은 특정 암종에 대해 더욱 정밀하고 효과적인 치료 효과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최신 약물이 반드시 더 좋은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암의 종류와 부위, 환자 특성에 따라 혼합된 처방이 이루어지며 최근에는 2가지 약물을 병용하는 요법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1) 1단계 : 화학 항암제
1세대 항암제는 주로 화학 요법으로,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독성물질을 주입하여 모든 세포의 분열을 통제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당한 부작용(백혈구 수 감소, 탈모, 구토나 설사)을 동반하는 단점이 있어서 현재는 1차 치료에 단독사용은 배제되고 있으며, 환자 상황에 따라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와 병용하여 비교적 제한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2) 2단계 : 표적 항암제
2세대 항암제는 표적함암제로,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 변이나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여 보다 선택적으로 암을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환자에만 적용할 수 있는데, 만약 표적항암제를 적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최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옵션입니다.
하지만 표적항암제는 장기 복용 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약물에 더 이상 효과를 보이지 않는 내성 문제의 큰 단점이 있습니다. 암 종류별로 이 내성에 대한 적응에 따라 다시 1세대에서 4세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가. 1세대 표적항암제
1세대 표적항암제는 특정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기본적인 기전으로 개발되었습니다. 내성이 생기기 쉬워 효과가 제한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을 들 수 있습니다. 글리벡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과 위장관 기질 종양(GIST) 환자들에게 탁월한 효과를 보이며,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여 생존율을 크게 향상하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물론, 글리벡에도 장기 복용 시 내성이 발생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2세대(닐로티닙, 라도티닙, 다사티닙, 보수티닙), 3세대(포나티닙), 4세대(애시니밉)까지 개선이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그 외에 폐암에 적용하는 1세대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억제제로는 게피티닙(상품명 이레사)과 엘로티닙(상품명 타세바) 등이 있으며, 주로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약물들은 암세포 내 EGFR 변이를 억제하여 세포 증식을 막습니다.
- 게피티닙(상품명 이레사) : EGFR은 세포 성장과 분열에 관여하는 단백질로서, 비소세포폐암에서 변이 또는 과발현 되는데, 주로 EGFR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사용됩니다. 특히, 초기 치료나 재발 후 치료에 효과적입니다.
- 엘로티닙(상품명 타세바) : 역시 EGFR 억제제이며, EGFR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치료로 사용됩니다. 또한 췌장암 치료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 베바시주맙(상품명 아바스틴) : 베바시주맙은 혈관 내피 성장 인자(VEGF)와 결합하여 활성을 차단하는 VEGF 표적항암제입니다. 암세포는 성장과 전이를 위해 새로운 혈관을 형성하며, 이때, 베바시주맙이 혈관형성을 억제하는 원리입니다. 간암과 대장암, 비소세포폐암, 유방암, 난소암, 뇌종양 등 다양한 암종의 성장 억제를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 소라페닙(상품명 넥사바) : 신장암, 간암, 갑상선암 등에 사용하는 VEGF 억제 표적항암제입니다.
- 트라스트주맙(상품명 허셉틴) : 트라스트주맙은 HER2 양성 유방암과 위암에 사용되는 표적항암제입니다. HER2는 EGFR 계열로 암세포의 비정상적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입니다. 주로 유방암과 위암에서 과발현 하여 암의 진행을 가속화시키는데, 트라스트주맙은 HER2를 차단하여 암의 신생혈관을 억제하는 기작을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 세툭시맙(상품명 얼비툭스) : 대장암(직장결장암), 두경부암에 사용되는 EGFR 억제제입니다.
- 타목시펜(상품명 놀바덱스) :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RM)입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하여 작용을 차단하고, 유방암세포의 성장 신호를 억제합니다. 유방암의 예방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나. 2세대 표적항암제
1세대 표적항암제의 내성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전으로 개발된 더 강력한 약물로 더 많은 타겟에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아파티닙(상품명 지오트립)은 비소세포폐암 1세대 약물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 사용됩니다. 특히 EGFR T790M 변이를 가진 비소세포폐암에서 효과가 증명되었으며, 내성 극복을 위한 중요한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만성골수성백혈병(CML)의 경우, 돌연변이 내성이 발생하여 글리벡의 효과가 반감되는 문제가 있는데 이때, 닐로티닙(상품명 타시그나), 라도티닙(슈펙트, 국내제약사 일양약품), 다사티닙(스프라이셀), 보수티닙(보술리프) 같은 2세대 약물들을 처방하게 됩니다. 다만 효과가 클수록 부작용도 크다는 단점도 있기 때문에, 환자 상황에 맞는 정밀한 처방이 중요합니다.
다. 3세대 표적항암제
2세대 약물에 내성을 가지는 환자들을 위해 설계된 약물로, 특정 유전자 변이에 대해 더욱 정밀한 타겟팅이 가능합니다. 대표적으로 오시머티닙(상품명 타그리소)과 레이저티닙(렉라자) 등이 있습니다. 타그리소는 EGFR T790M 변이를 가진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며, 기존의 EGFR 억제제에 내성을 보이는 암세포를 공격합니다.
타그리소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권고되고 있는 글로벌 표준치료제로서, 비소세포폐암 시장을 석권하며 연간 7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블록버스터입니다. 최근 폐암 치료제 시장에 독점적 지위를 지키던 타그리소의 대항마가 등장했는데, 놀랍게도 국내 제약사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입니다.
렉라자는 우리 유한양행에서 개발한 3세대 EGFR 억제 신약으로,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서 유망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8월 20일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얀센의 3세대 표적항암제) 병용요법이 국내 신약으로는 처음으로 항암제 FDA 승인을 받으며 폐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해당 승인은 마리포사 3상 연구결과의 효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타그리소 단독 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켰고, 무진행 생존기간(PFS), 반응지속기간(DOR)의 항목도 타그리소 보다 길었습니다.
비소세포폐암에서 기존에는 1, 2세대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다가 내성이 생기면 3세대 표적항암제를 처방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습니다. 처음부터 3세대 약물을 사용하다가 내성이 생기면 마땅한 선택지가 없는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근래의 여러 임상결과 첫 치료부터 3세대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 평균 수명 연장의 이점이 큰 것으로 여기 지면서, 1차 치료부터 3세대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폐암치료의 세계적 표준지침으로서 정립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효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비용입니다. 타그리소의 경우 그간 2차 치료에만 급여항목이 적용되어, 1차 치료제로 비급여 처방을 받을 시 연간 7000만 원이 넘는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만 했는데, 이런 문제는 2024년 1월부터, 타그리소와 렉라자의 1차 처방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확대가 적용되면서 해결되었습니다. 보험급여 적용 시, 두 약물 모두 80mg 한 달 기준, 30만 원 정도(약가의 5%만 자기 부담) 선에서 처방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3단계 : 면역항암제 (면역관문억제제)
현재 항암치료의 대세는 3세대 면역 항암제로, 환자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암세포는 보통 PD-1, PD-L1, CTLA-4 등의 면역회피 물질을 분비해 면역세포를 피하는 기작을 보입니다. 이에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의 면역회피 물질을 차단하여, 정상세포로 위장한 암세포까지 공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기존의 항암제와 비교해 부작용이 현저히 적으며, 암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에도 효과적입니다.
기전을 살펴보면, 암세포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PD-L1 단백질을 과발현 시키는데, 이는 T세포의 PD-1 수용체와 결합하여 면역 기능을 억제하는 회피기작을 보입니다. PD-1/PD-L1 면역항암제는 암세포의 면역회피 경로인 면역세포의 PD-1과 암세포의 PD-L1의 결합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T세포의 활성을 돕습니다.
암세포에서의 PD-L1 발현이 50% 미만에서는 PD-1 차단제인 니볼루맙(상품명 옵디보)과 아테졸리주맙을 사용하고, 50%를 상회하는 경우 PD-L1 차단제 펨브롤리주맙(키트루다), 더발루맙(임핀지)을 처방하는 방식으로 치료하게 됩니다.
면역항암제 중 대표적으로 아테졸리주맙(상품명 티쎈트릭)을 들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결과 절제가 불가능한 진행성 간암에서 표적항암제 베바시주맙(아바스틴)과의 병용요법이 기존 1차 치료인 소라페닙, 렌바티닙 단독요법에 비해 생존율은 높이고 부작용 비율은 낮추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병용투여가 단일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암세포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적용할 수 있는 암종이 특정 암으로 제한되어 있고 그마저도 환자의 30% 정도만 약물에 반응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면역 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될 시 또 다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환자의 프로파일과 암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4) 4단계 : 대사항암제
대사 항암제는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대사과정 자체를 차단하여 암세포의 증식 및 전이를 억제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의 항암제는 특정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하거나 세포주기를 억제하지만, 암세포가 내성을 가지거나 회피 전략을 사용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대사항암제는 이러한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다양한 대사 경로를 목표로 하여 암세포의 성장을 차단합니다. 주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세포 호흡 억제 : 미토콘드리아에서의 ATP 생성 과정을 방해하여 암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차단합니다.
- 지질 대사 조절 : 암세포에서의 지질 합성을 억제하여 세포막 구성 성분의 생성을 줄입니다.
- 당 대사 조절 : 암세포의 포도당 대사를 억제하여 에너지 공급을 줄이고 세포 성장에 필요한 자원을 차단합니다.
대사항암제는 기존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의 가장 큰 한계였던 암종별 제한된 반응성을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암의 종류에 관계없이 암대사의 공통적 특성을 공략하는 기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 가지 약물로 다양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만, 이론적 가능성에 비해 아직 실제 임상에서 효과를 나타내는 사례가 미비하며, FDA 승인 약물이 에나시데닙(상품명 아이드하이파) 이외에는 없는 상태입니다. 에나시데닙(아이드하이파)은 IDH2 억제제 계열로, IDH2 돌연변이가 나타난 급성골수성백혈병(AML)에 사용되는 대사 항암제입니다. 2017년 FDA 승인을 받은 첫 대사항암제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4세대 항암제이기도 합니다.
대사항암제는 아이드하이파를 이후, 글로벌 제약사 및 국내 제약사에서 개발을 진행 중이며, 많은 임상데이터를 쌓아가는 중입니다. 현재 임상 단계에 있는 대표적인 4세대 신약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텔라그레나스탯(Telaglenastat) : GLS(글루타민을 글루탐산으로 변환하는 효소) 억제제로서, GLS의 활성화를 차단하여 암세포의 TCA 사이클의 주재료인 글루타민 대사를 억제합니다. 신장암, 비소세포폐암, 다발성 골수종 등의 치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임상 2상에 도입해 있습니다.
- AZD3965 : 아스트라제네카의 MCT1 저해제입니다. MCT1은 젖산 및 기타 카복실산을 세포로 운반하는 단백질인데, 이 MCT1의 기능을 차단하여 암세포의 젖산 수송을 방해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고형암에 대한 치료 효과가 연구되고 있으며, 특히 젖산 대사에 의존하는 암세포에 대한 치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임상 2상 중입니다.
- KAT-101 : 국내 제약사 뉴지랩파마에서 개발하여 임상 2상에 진입한 대사항암제입니다. 암세포에서의 글루타민 대사를 억제하여 에너지 생성과 생합성을 저해하는 방식을 작용합니다. 간암 및 여러 고형암에 대해 연구되고 있으며, 특히 글루타민 대사에 의존하는 암세포에 대한 임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치며
항암제의 세대 발전은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과거 화학요법에 의존하던 단계부터,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대사항암제 등 다양한 기전의 약물들이 등장하면서 더욱 정교하고 개인화된 접근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항암 치료법은 여전히 내성 문제, 부작용 관리, 적응증의 확대 등의 과제들을 안고 있으며 지속적인 연구와 더 많은 임상시험이 요구됩니다.
하나의 치료제로 다양한 암을 제거하는 혁신적인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항암제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병용요법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당장의 현실적 방법들에 대한 연구들도 진행되어야 하며, 이런 노력의 결집이 암 정복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