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법칙은 산업 안전에서 대형 사고 이전에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다수 존재한다는 개념으로,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하인리히 법칙을 경제적 맥락에서 설명하고, 샴의 법칙, VIX 지수, 구리/금 비율, 장단기 금리 역전의 경제 지표들이 경기침체를 어떻게 예고하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하인리히 법칙과 경제 위기 신호
하인리히 법칙은 1:29:300 법칙으로 설명되며, 1건의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29건의 경미한 사고, 그리고 300건의 잠재적 징후가 나타난다는 이론입니다. 이 법칙을 경제에 적용하면, 대규모 경기침체 이전에 작은 경제 이상 징후들이 여러 차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경제적 불안정성이 커지기 전에는 금리, 실업률, 주가 변동성 등 다양한 신호가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에도 부동산 시장 과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등의 작은 경제적 징후들이 수년간 쌓여왔습니다.
하인리히 법칙을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경제 위기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작은 문제들이 터지면서 심각한 위기로 발전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작은 경고 신호들을 적시에 포착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샴의 법칙: 실업률의 변동
샴의 법칙(Sham's Rule)은 실업률이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주요 신호임을 강조합니다. 고용의 감소는 가계의 소비 위축과 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변화는 경제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주요 근거로서 작용합니다.
샴의 법칙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중 최저 실업률보다 최근 3개월 동안의 평균 실업률이 0.5% 포인트 이상 높을 때, 경기침체의 신호라고 판단합니다.
최근 사례를 보면, 2024년 상반기 동안 미국의 실업률은 상승 추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7월 4.3%의 실업률이 발표되어, 결국 샴의 법칙의 기준인 0.5% 포인트 이상의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샴의 법칙은 오로지 실업률 지표만으로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그 신뢰성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신기하게도 이 법칙은 70년대 이후의 거의 모든 경기침체(회색기둥)를 정확하게 예측해 왔습니다.
3. VIX 지수: 공포의 지표
VIX(Volatility Index)는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며, ‘공포 지수’라고도 불립니다. VIX 지수는 주식 시장에서 향후 30일간의 변동성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며, 일반적으로 VIX가 높을수록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불확실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VIX 지수가 급등할 때, 이는 투자자들이 경제 전반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음을 의미하며, 그에 따라 주식 시장에서 큰 폭의 하락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VIX 지수의 상승은 경기침체의 전조 신호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금융시장에서의 위기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VIX 수치가 60 이상 급등했던 사례로는 2008년 금융위기 시기, 코로나 팬데믹 시기가 있었는데, 각각의 사례 모두 주식 시장의 급락을 초래하며 글로벌 경기침체의 전조를 보였습니다.
한편, 2024년 8월 5일의 VIX 지수는 65.73으로 팬데믹 이후 최고 수치를 보였는데, 단발성이라도 이 정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 향후 몇 개월간 주식 시장에서 저조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4. 구리/금 비율: 경제 성장과 불확실성의 상관관계
구리와 금은 경제 상황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자원입니다. 구리는 산업에서 필수적인 원자재로, 경제 성장이 활발할 때 수요가 증가하며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금은 안전 자산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때 선호되며 가격이 상승합니다. 따라서 구리/금 비율은 경기 상황을 예측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됩니다.
일반적으로 구리/금 비율이 낮아질 때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파란색 선이 구리/금 비율로 2024년 상반기에는 글로벌 구리 수요의 증가로 구리/금 비율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후반기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며 글로벌 경기 둔화의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5. 장단기 금리 역전: 확실한 경기침체 신호
채권 시장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가장 확실한 신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일반적으로 장기 채권 금리가 단기 채권 금리보다 높아야 하지만, 경기침체 직전에는 투자자들이 단기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장기 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역전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역사적으로 거의 모든 경기침체 이전에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 현상은 매우 뚜렷한 경고 신호로 여겨집니다. 2022년 하반기부터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으며, 2년 정도가 지난 2024년 후반기부터 해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실, 위 그래프를 확인해 보면 금리 역전의 시점이 아니라, 역전 현상이 해소되는 시점에서 경기침체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단기 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불 스티프닝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금리 역전이 정상화되고 있는데, 연준의 기준 금리인하와 더불어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이는 지표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마치며
하인리히 법칙을 경제적 맥락에서 적용해 보면, 대규모 경제 위기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신호들이 누적된 결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탁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샴의 법칙, VIX 지수, 구리/금 비율, 장단기 금리 역전과 같은 지표들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경제 시스템에 내재된 불안정성을 미리 경고하는 일종의 경고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 상황을 보면 여러 지표들이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물론, 소프트랜딩의 시나리오가 선택되기를 바라마지 않지만,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경고 신호들을 무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재해"는 막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