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국채 시장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금리 역전이 해소되는 과정의 두 가지 주요 경로인 불 스티프닝과 베어 스티프닝 현상에 대해 알아보고, 금리 인하와 연계하여 향후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과 연착륙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1. 일드 커브(Yield Curve) : 수익률 곡선
일드 커브(Yield Curve)는 채권의 만기별 수익률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곡선입니다. 여기서 yield는 채권의 수익률 정도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수익률 곡선쯤이 되겠습니다. 특정 시점에서, 다양한 만기를 가진 국채나 회사채 등의 이자율(채권 금리)을 비교하여 그려진 곡선으로, 경제 상황을 평가하고 금리 정책을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됩니다.
한 가지 먼저 알고 가야 할 사항은, 채권 금리(수익률)는 채권의 가격과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르면 금리가 떨어지고, 금리가 높아지면 가격이 내리는 원리입니다. 경제학의 가장 기본인 수요와 공급의 원리대로 돌아간다는 부분을 먼저 이해하고 다음 설명으로 넘어가겠습니다.
(1) 정상적 일드 커브 (Normal Yield Curve)
일반적으로 장기 채권(10년물 채권)의 수익률이 단기 채권(보통 2년물 채권을 의미)의 수익률보다 높습니다. 이런 원리는 만기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더 높은 보상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인식에서 비롯됩니다. 정상적 수익률에서는 만기가 길어질수록 수익률이 올라가는 우상향 그래프의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2) 평탄한 수익률 곡선 (Flat Yield Curve)
단기 채권과 장기 채권의 수익률이 거의 동일한 경우를 말합니다.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거나,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이 불확실할 때 주로 나타납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나 경기 둔화 가능성을 경계하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일드 커브는 기울기가 완만해지면서 평평한 형태로 변하게 됩니다.
(3) 역전된 수익률 곡선 (Inverted Yield Curve)
단기 채권의 수익률이 장기 채권의 수익률보다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이 현상은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의 강력한 신호로 인식됩니다.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금리 인하를 예상하면서, 장기 채권을 더 많이 매입해 그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장기 채권 수익률이 높으면 위험 회피 성향이 낮아지는 것이며, 반대로 장기 수익률이 낮다면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 전에는 대부분 일드 커브 인버전(inversion)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2. 불 스티프닝과 베어 스티프닝
국채 시장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되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 방식, 불 스티프닝(Bull Steepening)과,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1) 불 스티프닝
불 스티프닝(Bull Steepening)은 말 그대로 불(Bull), 강세장에서 일어나는 스티프닝(steep:가파른) 현상을 일컫습니다. 스티프닝은 일드 커브 수익률 곡선의 우상향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곧 단기 금리(2년 금리)가 장기 금리(10년 금리) 보다 빠르게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채권 시장에서 강세장은 채권의 가격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채권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채권 금리가 떨어진다는 말이니, 채권의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스티프닝이 진행되면 '불 스티프닝'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불 스티프닝은 인플레이션 하락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려는 시기에 주로 발생하게 됩니다. 채권시장에서는 향후 기준 금리인하가 기대되기 때문에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불(bull) 장(상승장)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매수의 열기도 이런 예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보통 단기 금리 상품들이 기준 정책 금리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기채 위주로 급격한 금리 하락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불 스티프닝이 가속화되어 결국에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완전히 해소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불 스티프닝 현상 이후에는 기준 금리가 떨어지면서, 경제침체에 돌입하게 되는데, 일부 소수의 케이스에서는 연착륙(소프트랜딩)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현재 시장 참여자들은 비교적 견고한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을 근거로 금리 인하를 통해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 베어 스티프닝
반대로,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은 베어(bear) 장, 하락장에서 발생하는 스티프닝입니다. 불 스티프닝과 마찬가지로 일드 커브 수익률 곡선의 우상향 기울기는 커지지만, 그 양상은 전혀 다릅니다. 베어 스티프닝은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빠르게 상승할 때 나타나게 됩니다.
불 스티프닝은 채권 금리가 떨어지면서 생기는 현상인 반면, 베어 스티프닝은 채권 금리가 오르는 하락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다만, 단기 금리는 덜 오르고, 장기 금리는 많이 오르면서 일드 커브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것이지요.
10년물 장기채 금리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와 경기 과열 우려를 반영합니다. 만약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다면, 장기 금리가 상승하면서 베어 스티프닝의 형태로 금리 역전이 해소될 것입니다. 이 경우, 우리들이 가장 원하지 않는 복잡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자산 시장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장단기 금리 역전의 해소 흐름이, 불 스티프닝이냐 아니면 베어 스티프닝이냐의 여부가 향후 경기 상태를 파악하는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3. 금리 인하와 미국 경제의 변화
현재 시장에서는 미 연준(Fed)이 9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준은 그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높은 금리 기조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경제 지표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동 시장의 둔화와 구인 건수의 감소는 경제 활동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연준이 금리를 완화적으로 조정할 이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안에 최소 100bp(1%)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으며, 경기 침체를 방지하기 위한 연준의 최소한의 보험적 성격의 조치로 해석됩니다.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더 급격하게 하락하여 장단기 금리 역전이 완전히 해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상황은 불 스티프닝 시나리오를 강화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100년간 22회의 금리인하가 있었는데, 그중 6번만이 경기침체를 피해 갈 수 있었습니다. 금리인하의 결과가 경기침체로 이어졌다면, 침체성 인하라고 평가하고, 연착륙이었다면 보험성 인하로 부르고 있는데,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자의 경우 채권의 수익률이 높아졌던 경향이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주식의 수익률이 압도적이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발생할 수 있는 두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미리 파악하여, 향후 상황에 따라 현금, 채권, 주식 등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4. 금리 역전 해소 후 경기침체 가능성
과거 미국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된 후 대부분의 경우 경기 침체가 발생했습니다. 역사적으로 11번의 경기 침체 중 10번은 장단기 금리 역전 후 발생했으며, 금리 역전 해소 후 몇 개월 내에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되면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현 경제 지표를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는 낙관론자들은 이번 상황은 과거와는 다소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GDP 성장률 등의 경제 지표를 비롯하여 침체 가능성보다는 경기 연착륙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들이 다수 존재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경제 관련 자료라는 건 수집자의 목적에 따라 언제나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그 반대의 주장도 가능합니다.
반면, 금리인하 후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거나, 경제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는 지표가 나오게 된다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경제 성장 동력이 약화되면서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어, 과거의 사례를 반복하게 되는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단서가 늘어나면, 심증도 커지게 마련입니다. 위 그래프를 보시면, 샴의 법칙에서 높은 확률로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수치인 0.5를 넘어선 시점들과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되는 시기가 매우 비슷하게 일치하는 것을 확일할 수 있습니다. 두 지표 모두 제각각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강력한 지표인데, 그 시기마저 일치하고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헤겔의 법철학 강요를 보면,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녘에야 날아오른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지혜의 여신인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어두운 밤에도 사물과 현상을 꿰뚫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뜻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철학에서는 주로 인식의 후진성을 이야기할 때 인용하는 구절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모든 사건이 종결되고 나서야 사후에 뒷수습하는 정도의 한계를 말하는 것이지요. 요즘 미 연준의 스탠스를 보고 있자면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떠오릅니다. 선제적으로 움직이기에는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나도 크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데이터와 지표를 확인하려고 한다면 이미 밤이 되어버리겠지요.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 되었으니, 이미 밤이 된 것만은 확실합니다. 더 이상 손을 쓸 것도 없고 할 것도 없습니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처럼 결과를 기다릴 뿐입니다. 다만, 악몽을 꾸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마치며
2024년 후반기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경제의 향후 전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불 스티프닝과 베어 스티프닝은 각각 금리 역전 해소 이후 경제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나리오들입니다. 9월 예정된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일단 단기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불 스티프닝이 가속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진짜 문제는 금리인하 시행 이후 장단기 금리 역전이 정상화된 이후입니다. 역사적 사례에서는 연착륙보다는 경기침체로 갈 확률이 매우 높았고, 시장 상황은 몇 개월 전의 장밋빛 연착륙 전망에서 급격하게 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준은 과거의 선례들과 마찬가지로, 그다지 선제적인 정책 시행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할 수 없습니다. 시장 상황을 멀리서 서 바라보는 관망자의 모습에 가까웠으니까요. 모든 데이터를 확인한 후에는 이미 늦는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기대와 달리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침체의 늪에 빠져든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향후 몇 달간의 연준 정책과 경제 지표가 미국 경제의 향방을 결정할 크리티컬 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투자자들은 신중하게 시장 상황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