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서 이퓨얼(E-fuel)과 같은 재생합성 연료에 대한 규제 완화가 확정되면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퓨얼의 개념과 원리, 가격 및 장단점과 전기차, 수소차 등 자동차 산업의 대응 및 기회에 대한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1. 유로 7 규제 완화의 배경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 유로 7(Euro 7)의 초안 기준은 기존 유로 6(Euro 6) 규제보다 훨씬 엄격한 배출가스 제한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국가들은 이러한 규제가 자동차 제조업체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규제라고 우려하며, 유로 7 기준의 적용 시기를 연기하거나 완화할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이러한 요구는 특히 독일과 이탈리아와 같은 자동차 산업이 강한 국가들에서 주도되었고, 결국 2024년 3월 유럽의회는 기존 유로 6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유로 7의 수정안을 확정했습니다. 이에 앞서, EU 에너지이사회는 2023년 3월 내연기관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전면 금지하는 새로운 규정을 채택했는데 이 역시 규제 완화의 성격이 짙습니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주도로 애초 2030년까지 EU 내 신규 승용차와 승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전면 금지하는 규정을 2035년으로 미루는 동시에, 2035년 이후에도 이퓨얼(전기기반 연료)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에 한해서는 판매가 허용되는 예외 규정을 통과시킨 것입니다.
이를 두고, 규제 완화를 관철시킨 독일의 승리라는 평가와 동시에 결국 내연기관의 종말을 알리는 트리거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혼재하고 상황입니다. 이에 향후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흔들 e퓨얼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2. 이퓨얼(E-fuel) : 전기기반 연료의 부상
이퓨얼(E-fuel)은 재생 가능한 전력을 사용해 이산화탄소와 물을 합성하여 만들어진 인공석유로,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e퓨얼의 장점은 기존의 연료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며, 이는 전기차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지역에서 특히 유용할 수 있습니다.
독일은 EU와 협상 끝에 2035년 이후에도 e퓨얼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허용하는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퇴출 시기가 연장될 가능성이 생겼으며, 이는 정유사와 자동차 제조업체들로 하여금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1) 이퓨얼의 개념과 원리
이퓨얼(Electricity-based fuel)은 전기기반 재생합성 연료로, 주로 전기를 사용하여 이산화탄소(CO2)와 물(H2O)로부터 생산된 인공석유를 말합니다. e-퓨얼은 또한 탄소중립 연료로도 불리는데, 연료로부터 발생하는 탄소의 양은, 재생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원을 사용해 대기에서 포집한 CO2의 탄소와 동일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탄소의 배출량은 결국 0이기 때문입니다. 이퓨얼의 생산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CO2 포집: 대기 중에서 CO2를 포집하거나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CO2를 수집합니다.
- 전기분해: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H2)를 생산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 예를 들어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생성된 전기가 사용됩니다.
- 합성: 포집된 CO2와 생산된 수소를 합성하여 합성 연료, 즉 일종의 인공석유인 e퓨얼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이퓨얼은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에서 사용될 수 있는 액체 연료 형태로 제공됩니다.
(2) 이퓨얼의 장점
- 기존 인프라 활용 가능: 이퓨얼은 인공석유로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에서 사용이 가능하므로, 현재의 주유소와 연료 유통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소나 수소 충전소 인프라 구축에 비해 훨씬 비용 효율적입니다.
- 탄소중립 실현 가능: e퓨얼 생산 과정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CO2를 대기 중에서 포집하여 사용하므로 이론적으로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 연료 다양성: 이퓨얼은 휘발유, 디젤, 항공 연료 등 다양한 형태로 생산될 수 있어, 항공기나 선박 등 전기 등의 대체 연료 전환이 어려운 분야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가능합니다.
- 에너지 저장 수단: 태양광이나 풍력은 시간에 따른 에너지 생산 밀도가 균일하지 못해, ESS를 통한 에너지 저장이 필수요소입니다. 하지만 이퓨얼은 전력망에 직접 연결되지 않은 재생 가능 에너지의 저장 및 운송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에너지의 효율적 저장과 공급이 가능해집니다.
(3) 이퓨얼의 단점
- 높은 가격: 현재 이퓨얼의 생산 비용은 전통적인 화석 연료에 비해 매우 높습니다. e퓨얼의 대량 생산 및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지만, 이는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요구합니다. 현재 이퓨얼의 가격은 리터 당 7000~8000원 정도이며, 산업통산부에 의하면 2030년 이후 4000원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 에너지 효율성 문제: 이퓨얼의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전기와 에너지가 많아, 전체적인 에너지 효율성이 낮습니다. 즉, 전기를 직접 사용하는 전기차에 비해 에너지 사용 효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 기술적 인프라: e퓨얼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생산 시설과 포집된 CO2를 저장하고 운송하는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이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매우 높으며, 기술적 도전이 큽니다.
- 환경적 우려: 이퓨얼 생산 과정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CO2 포집 과정에서의 에너지 소모와 비용도 환경적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4) 이퓨얼의 향후 전망
이퓨얼은 특히 항공, 해운, 그리고 전기차 전환이 어려운 대형 상용차와 같은 산업에서 유망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퓨얼의 대규모 상용화는 여전히 높은 생산 비용과 낮은 에너지 효율성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향후 이퓨얼의 성공 여부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확대, CO2 포집 기술의 발전, 그리고 대규모 생산 시설의 구축에 달려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e퓨얼의 생산 단가가 낮아지면, 이퓨얼은 기존 화석 연료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EU의 2035년 내연기관 차량 금지 규제와 같은 강력한 환경 규제 하에서, 이퓨얼은 내연기관 차량의 생명을 연장하는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정유사들도 e퓨얼에 관심을 보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퓨얼이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주류 연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규제 완화, 그리고 기술 혁신이 필수적입니다.
3. 전기차와 수소차: 기회와 도전
전기차(EV)는 이미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주력으로 연구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최근 내연기관에 대한 EU의 규제가 일부 완화됨에 따라 EV(Electic Vehicle) 시장은 일시적인 정체기를 맞이할 수도 있지만, 시대적인 흐름 자체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습니다. 결국, 2035년 이후에는 자동차 산업 자체가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체 수단인 이퓨얼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면, 수소차는 아직까지 충전 인프라의 부족과 높은 생산 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도입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소차는 장거리 운행이 가능하고, 충전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소 충전소 인프라 구축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이로 인해, 수소차의 대규모 보급은 전기차에 비해 뒤처질 가능성이 큽니다.
4.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대응 전략
EU의 환경 규제 완화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도 큰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과 미국의 제조사들도 이퓨얼 기술 개발과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도요타와 혼다, 닛산 같은 일본의 제조사들은 이미 e-퓨얼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으며, 전기차와 더불어 수소차에도 큰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EU의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기차와 e퓨얼 차량의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포르쉐는 최근 에너지 기업 지멘스와 협업하여 칠레에 이미 대규모 이퓨얼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추가로 벤츠, BMW, 르노 역시 이퓨얼 개발에 큰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 유럽 내 전기차 생산공정을 확장하는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협업하여 이퓨얼 기술 개발에 나서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혹여나 e-퓨얼 기반 내연기관의 경쟁력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내연차에 대한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비중을 조절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며
EU의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법안은 자동차 산업에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퓨얼과 같은 대체 연료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수명을 연장할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높은 생산 가격과 기술적 과제는 여전히 큰 장애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변화는 자동차 제조업체들로 하여금 전기차, 수소차와 대체 연료 차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만들며, 이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만한 변수이기도 합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포함한 글로벌 제조사들은 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와 수소차, e-퓨얼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판정하는 결정적 요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제조업체들의 생존 경쟁의 결과가 점점 궁금해집니다.